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검색

시계자료

자유게시판입니다.

게시판 상세
제목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작성자 유석산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6-04-05 11:07:27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470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강물이라고 했다.


막을 수도 없거니와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강물에 댐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활용한 사람이 있다.


구 소련의 과학자인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1890~1972).


그는 50여 년 간시간 통계노트를 작성, 인생의 가치와 잠재력을 무한대로 확장해 놓았다.


일반에는 다소 낯설지만 그는 전공인 곤충분류학과 해부학은 물론 진화론, 유전학,


수리생물학 등에 걸쳐 70여 권의 저서 및 단행본과 100권 분량의 연구논문을 남기며


20세기 러시아 과학사를 이끈 학자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그가 생전에 발휘한 초인적인 학문적열정과


방대한 성과물의 비밀을 추적하고 있다.


단서는 그의 유고 속에서 나온 일기였다.


그가 26세이던 1916년부터 기록하기 시작한 일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붉은색과 푸른색 글씨로 깔끔하게 적은 큼직한 장부 책이었다.


그는 여기에 하루 동안 했던 일, 연구와 회의, 편지 쓰기, 독서 등등을 간단히 나열하고


그 일을 한 시간을 분 단위까지 계산해서 적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곤충 분류학 : 알 수 없는 곤충 그림을 두 점 그림(3시간 15).


어떤 곤충인지 조사함(20). 추가업무: 슬라바에게 편지(2시간 45).


사교업무 : 식물보호단체 회의(2시간 25). 휴식: 이고르에게 편지(10).


톨스토이의세바스토폴 이야기’(1시간 25),’


놀랍게도 그는 이러한 통계를 매달, 매년 결산한 것은 물론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가계부의 수입과 지출항목처럼 관리했다.


심지어는 자신이 이러한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한 달에 평균 3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계산해 기록했다.


그가 얼마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일화 한 가지.


1942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아들이 잇달아 전사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 속에서도 그는 장례식까지도집안 일이라는 분류 속에 집어넣고,


계획했던 일을 모두 처리했다. 아들들의 죽음까지도 시간으로 계산하는 그를 두고


냉혹하다는 손가락질도 나올 법했지만 평소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눈물로 고통을 잊을 수 있겠는가. 될 수 있는 한 빨리 정신을 차리는 게 백번 낫다라며


그를 두둔했다.


류비셰프에게 이처럼 시간은 눈에 보이고 계량할 수 있는 물질이었다.


절대로 강물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잡아내고,


숨어있는 시간까지 채굴해냈다.


그 결과 그는 하루 8시간 이상 자고, 산책과 운동을 한가로이 즐기며,


단테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줄줄 외우고, 주요 공연과 전시도 빠짐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그의 사망 1주기에 열린 학술모임에서는 모든 발표자들이 그를 곤충학자이자 역사학자,


철학자로 평가할 만큼 그의 학문적 업적은 깊고도 넓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시간에 더욱 예민해지고,


노인이 되면 시간의 흐름이 귀에 들린다고도 한다.


하지만 류비셰프에게는 이런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되고 풍요로워졌으며 노년기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청년시절 못지 않은 학문적 열정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는 시간의 강물에 댐을 세워 발전소를 만들고 터빈을 돌린, 시간의 지배자였다.




- 최진환기자 choi@hk.co.kr 한국일보 2004-01-30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NH농협 351-0030-7500-23
  • 예금주 : 김현정(시계나라)
※ 반품보내시기전에 콜센터로 접수하신 후 지정 택배사로 접수해주세요.
택배배송조회
로젠택배(1588-9988)을 통해 배송추적이 가능하십니다.